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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Trip

아름다운 그러나 아픈 역사가 서린 곳, 외양포 포진지

by 하늘빛물든 2023.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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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최남단에 위치한 가덕도, 위아래로 길쭉하게 뻗은 가덕도를 여행하려면 2010년 개통한 연륙교를 통과하여야 한다. 연륙교가 개통되기 전에는 도선을 이용해야만 갈 수 있었던 섬, 지금은 부산에서 가덕도로 연결되는 연륙교 덕분에 가덕도 여행이 훨씬 수월해졌다. 거가대교 가기 전에 아래로 빠지면 외양포가 나온다. 이곳 외양포는 가덕 신공항 건설과 맞물린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곳 외양포가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 포진지·막사·부대시설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본다. 외양포 마을의 대항항은 아담하고 조용한 어촌 마을로 무척 아름다워 보인다. 이런 아름다운 곳에 일제강점기 포진지가 있다니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곳에 일제가 포진지를 구축하고 병영을 세운 이유는 뭍으로 향할 수 있는 진해만과 대한해협 사이에 자리한 가덕도의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침략의 전초기지로 삼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외양포마을의 전경

 

 

이곳 외양포 마을은 가덕국제공항이 들어 설 예정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역사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부정적 문화유산(Dark Heritage)도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어서 보존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개발이 우선이라는 입장이 팽팽하여 신공항건설을 앞두고 개발과 보존 사이에 신경전이 높은 핫플이기도 하다.

 

대항항 전망대에 설치된 모형비행기

 

 

대항항 해안 절벽에는 나무 데크길이 설치되어 데크길을 따라 걸으며 해안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대항항 해안가 데크길

 

 

데크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일본군이 태평양 전쟁 당시 파놓은 인공 동굴이 나온다. 해안가에는 총 6개의 인공 동굴이 있는데, 공개되지 않은 1개의 동굴을 제외하고 5개의 동굴은 해안 나무 데크길(약 400미터)을 따라 탐방이 가능하다. 특이한 점은 3개의 동굴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동굴 입구에는 대포 모형이 설치되어 있다.

 

인공 동굴 입구에 설치된 대포 모형

 

일본 침략의 역사 흔적을 마주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일제는 외양포를 군사 거점으로 삼기 위해 이곳 80여 가구의 주민들을 쫓아내고 포진지 공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면서 병영을 구축했다고 한다. 일본이 패망하고 난 뒤 마을로 다시 돌아온 주민들이 정부로부터 불하받아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마을이 바로 외양포 마을이다. 지금은 32세대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인공동굴 내부

 

동굴 내부에는 무지개 빛 조명으로 군데 군데 장식되어 있지만 어둡고 슬픈 역사의 현장이라 그런지 그다지 예뻐 보이지는 않았다. 차라리 그냥 평범한 백열전등으로 밝혀 놓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굴 벽면에 빔으로 비추어 놓은 윤동주의 '서시'

 

 

동굴 안쪽에서 바라본 동굴 출입구

 

 

동굴 내부의 소원의 벽에는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소망들이 즐비하게 매달려 있다. 나도 하나 소원을 적으려니 준비된 스티커가 없어서 마음만 새겨둔 채 돌아섰다.

 

동굴 내부 '소원의 벽'

 

 

대항항 나무 데크를 따라 가면 끝쪽에 바닷가로 통하는 길이 나온다.

 

대항항 바닷가 자갈마당

 

 

대항항 갯바다 모습

 

돌아오는 길, 외양포 마을 대항항에도 서서히 석양이 드리운다. 대항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닷가의 모습은 과거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 선 선대의 애환과 슬픔을 감싸 안아 주 듯 조용하고 평온하게만 느껴진다.

 

대항항 낙조의 모습

 

 

대항전망대의 아름다운 낙조를 노래한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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